" 언니 인생이 뭐야 "
점심식사 후 알코올중독자에게 한 시간 이상을 시달린 직원이 묻는다 " 언니 인생이 뭐야 " " 뭐긴 뭐야 고해지" 아무생각 없이 입에서 자동발사된 말이다 한참을 웃는다 " 언니는 생각은 하고 말하는거야" 그래 내가 어떤 질문에 무슨 말을 한거지 고해란 뜻은 알고 했을까 한 번씩 진상민원이 다녀가면 직원들은 모두가 진이 빠지나 보다 나도 그렇다 때론 달구지를 끌고 다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 우린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이렇게 살까 " 밖에서는 공무원이라고 다들 부러워 하는데 정녕 우리는 한 시간이 천년이다 아니다 모두가 그런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진상민원이 없는 부서만 골라서 다니는 사람도 있다 술 잘마시고 2차 잘 따라 다니고 주로 그런 직원들이다 일만 죽어라 코 박고 하면 일만 코 박고 할 곳으로만 다닌다 인생의 진리인가 부모복 없는 년은 남편복도 없고 남편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식복은 있다고 애써 위로하는 하루다 신이 이 세상에 날 보낼때는 무언가 하나는 주고 보냈겠지 어두운 터널에 촛불 하나 밝히며 온다고 하지 않던가 머리카락 하나씩 세어보며 멍 때린다 나의 촛불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 내 곁에서 꼼지락대는데 내가 몰라 주는 걸까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 언니 전화 받아 언니펜이야" " 나 없다고 하지" " 언니 받을 때까지 할건데 뭐" " 여보세요"이미 술이 만취상태다 " 주사님 내가 6.25때 부모를 다 잃어버리고 고아가 되서 지금까지 살면서 주사님 같은 사람은 처음 만나요 나의 은인이요 나 죽을 때까지 안잊을라요" " 아버님 제발 술 좀 줄이세요" " 알았어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가 속상해서 한잔 했어" 항상 그 놈의 술은 마지막이다 발꾸락 사이에서 꾸물대는 요물이다 너도 어제도 그제도 오늘아침도 마지막이다다 라고 했잖아 " 내가 언제 난 그런말 한 적 없거든" 꾸물대는 요물은 그래 너 한 번 당해봐라 하며 째진 눈을 옆으로 굴리며 사라진다 저것이 또 무슨일을 꾸미려나 " 아버님 내가 내일 집에 갈테니까 더 이상 술마시지 말고 기다리세요" " 알았어 내가 절대로 안마실께 내일 올거야 꼭 올거지" " 알았어요 어서 들어가세요 술 더 드시면 안가요" " 알았어 알았어 내가 주사님 말은 들어야제" 그렇게 전화는 끝이나고 직원들은 나를 신을 바라보 듯 한다 " 언니는 어떻게 그런사람들을 다루는거야" " 그냥 불쌍 하잖아 난 그사람들 보면 마음이 슬퍼 안아주고 싶고" " 언니는 비정상이야 우린 절대 못해" 무엇일까 내가 그들에게 갖는 것은 나의 거울인가 위로 받고 싶은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고 책임과 의무만 주어진 밀물만 가득찬 내인생에 대한 위로를 그들을 통해서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흉터 투성인 손을 두려움 없이 잡는지도 모른다 문신 투성인 어깨를 안아주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남들이 부르는 진상, 악질 민원 덕분에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나는 살아가고 있을까 왜 나는 살아야 할까 왜 왜 끝나지 않는 외마디 질문으로 동굴안은 가득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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